A. 치악산 메밀막국수와 아름다운 달항아리
2021년 7월 6일 전날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장맛비가 내렸다.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경기도는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고 무더위가 시작한단다. 그러나 우리가 내일까지 여행하는 강원도 영월의 기상예보는 1시간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하루 종일 비다. 시간당 예상 강우량이 2~3㎜로 많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곳이 주로 강변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치악산메밀막국수
▲치악산메밀막국수 실내 모습
집에서 아침 9시 정각에 출발했는데 경부고속도로 기흥부터 신갈분기점까지 여지없이 지체다. 에버랜드로 향하는 갈림길부터 다소 속도를 내긴 했으나 양지터널을 앞두고 또 지체다. 10시 32분경 여주휴게소에 들려 20분간 휴식을 한 후 다시 영월을 향해 달렸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며 치악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갈 계획이었으나 아차하고 그만 입구를 벗어나고 있었다. 자칫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치악휴게소 맛집인 ‘원주뽕잎곤드레밥’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치악산메밀막국수 주방 쪽
대신 신림톨게이트에서 나와 요선암돌개구멍을 향하다 <치악산메밀막국수>에서 멈추었다. 전병과 감자떡도 1인분씩 주문했다. 맛도 좋지만 다양한 도구로 여기저기 멋지게 음식점을 꾸민 주인장의 솜씨가 돋보였다. 인형나라에 놀러 온 피노키오가 된 느낌이었다. 인터넷으로 상호를 검색해보니 유명한 맛집이란다.
다시 요선암돌개구멍을 향해 출발했다. 공기도 빗물에 씻겨서 더 상큼한 것 같다. 남한강 상류인 동강과 주천강 등 물길이 만들어내는 절경은 장마철치고 보너스를 듬뿍 받은 느낌이다. 요즘 내비게이션이나 카카오맵이 안내를 잘 해주지만 미로같이 좁은 길로 들어가다 다행히 좌측에 주차장이 있어 주차했다.
B. 아름다운 달항아리 요선암
나는 주차장에 있는 요선암돌개구멍 안내도를 보러 갔다. 읽어보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하고 이해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일행은 벌써 미륵암자가 있는 저 앞이다. 걸음도 잘 못 걷는 나는 읽어볼 사이도 없이 안내도를 향해 사진 1장 찍어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주차장에 있었던 요선암돌개구멍 안내도
▲내비게이션 안내
처음 찾아오는 외부 여행객들을 위해 선돌 구역처럼 최소한 주차장으로부터 요선정과 미륵암, 요선암을 쉽게 찾아가고 구경하며 돌아다니게끔 자세한 안내도와 잘 정비된 산책길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미륵암
미륵암 부처님도 뵙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미륵암 마당 끝자락에 길을 막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란 표지판이 있다. 주천강 안쪽에 바위에 올라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요선암을 물어보니 위쪽으로 가란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위쪽으로 가지 않고 이미 관광객들이 뛰어놀고 있는 사람들 쪽으로 길을 내며 강가로 내려갔다. 말로만 명승지이지 찾아가는 길조차 패대기친 느낌이었다.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바위
그러나 발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돌개바위가 나타났다. 흘러가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근다. 물빛은 장마로 약간 탁한 편이다. 20분 정도 폼잡으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사실 돌개바위 지형은 이곳 말고도 여러 곳에 있다. 가평의 계곡에는 요선암처럼 바닥에 구멍 뚫린 수상한 돌들이 많다. 폭포로는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돌개구멍은 주왕산 용추폭포와 절구폭포에도 있다.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바위
둥글게 잘 다듬어진 돌개구멍 안에는 과일의 씨앗처럼 돌이 한 개에서 여러 개가 들어있다. 강물이 이곳을 흘러갈 때 안에 있는 돌이 뱅글뱅글 돌며 바위를 다듬는 원리이며 폭포에서도 이를 흔히 볼 수 있다.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바위
C. 요선암 돌개구멍
문화재 : 천연기념물 제543호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 면적 : 35,927.50㎡ 지정일 : 2013.04.11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은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하식기원 돌개구멍이 화강암반 하상 위에 폭넓게 발달하여 있어, 하천의 윤회와 유수에 의한 하식작용 등을 밝힐 수 있는 학술 가치가 크며, 여러 개의 돌개구멍이 복합적으로 발달된 지형 자체가 가지는 경관 가치도 우수하다.
요선암(邀仙岩)은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문예가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 1514~1587)이 평창군수 시절, 이곳의 풍광을 즐기며 암반 위에 '요선암'이라고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혹시 지금도 글씨가 남아있을지는 궁금하다.
▲한쪽만 선글라스를 쓴 돌개구멍
돌개구멍(Pot Hole)은 '속이 깊고 둥근 항아리 구멍'이란 의미로 하천에 의해 운반되던 자갈 등이 오목한 하상의 기반암에 들러가 유수의 소용돌이와 함께 회전하면서 기반암을 마모시켜 발달하는 지형을 뜻한다. 보통 하천의 상류지역에서 빠른 유속과 큰 에너지를 바탕으로 형성된 와지(窪地)에 자갈이나 모래와 같은 퇴적물질이 들어가, 와동류(회오리가 이는 듯한 물살)에 의해서 반복적인 회전운동을 통해 포트 홀 내벽을 침식하고, 점차 포트 홀이 성장하게 되며, 지속해서 내벽 및 하부침식이 일어나 커다란 항아리 모양으로 기반암을 파게 된다. 주로 사암이나 화강암과 같은 등질성의 단단한 암석에서 잘 발달하며, 형태로는 원형이나 타원형이 다수를 차지한다. (안내판 참조)
▲상류 쪽을 보니 비슷한 바위들이 널려있다. 더 위로 올라가고 싶어도 이곳 지형을 잘 모르니 일행과 떨어져 무턱대고 올라갈 입장은 아니었다.
엄마의 가슴이었다 수 백 수 천으로 갈라진 세월의 절구통이다 물이 흘러도 바람 불어도 엄마의 가슴 속에는 또 하나 또아리 굴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의 생성원리를 설명한 표지판과 문화재 보호 경고판
위의 사진에서 아래 표지판 2개는 돌개구멍이 생기는 원리와 문화재보호법 안내글이다.
D. 강변의 암석에 움푹 파인 것은 뭐지?
주천강 변에는 단단한 암석인 중생대 쥐라기 화강암이 둥글게 움푹 파인 모양을 가진 돌개구멍이 (포트홀; Pot hole)이라 부른다.
돌개구멍은 강물에 있는 암석의 갈라진 틈이나 오목한 곳으로 모래와 자갈이 들어가 소용돌이치는 물살로 인하여 회전운동을 하면서 주변의 암반을 깎아 내린 것이다. 강물의 흐르는 속도가 빠를수록, 흐르는 물의 양이 증가하면서 물은 더 빠르게 돌게 되어 돌개구멍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돌개구멍 생성원리
▲문화재보호법 안내
무릉리 마애여래좌상과 요선정은 주천강과 법흥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음을 여행기를 쓰다가 발견했다. 영월군에서는 도로에서 이곳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산책길이라도 조성해 주길 바란다.
▲동물 모양의 바위들도 많다.
아이스크림 먹다가 수구 경기 하러 갔나 주천강의 3회전 점프 싱크로나이즈 활짝 핀다 바위는 곡선에 취하고 세월은 회오리 춤
천연기념물인 강원 영월 무릉리의 요선암 돌개구멍은 주천강의 물길이 흰 바위를 숟가락으로 떠내듯 깎아놓았다. 요선암을 끼고 있는 벼랑 위에는 요선정과 마애불이 있다는데 여기까지 오고도 뭐가 그리 바빠 지나쳤을까? 무지 탓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지도 못하고, 그래서 가이드가 필요하다.
무릉리와 도원리가 수주면을 무릉도원으로 수주라 受注 받다 水酒로 취했구려 요선암 찾아오다가 비비고 또 비비고
무릉도원면은 원래 수주(水酒)면이었는데 2016년 11월에 현재의 무릉도원면으로 개칭되었단다. 무릉도원면에는 도원리, 두산리, 무릉리, 법흥리, 운학리 등의 다섯 마을이 있는데, 무릉리와 도원리를 합해 무릉도원면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무릉도원면은 산세가 수려하고 경관이 뛰어난 청정지역으로 곳곳에 맑은 계곡들이 있어 여름 피서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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