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샘의 선유도 여행기 4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정흥교 | 기사입력 2021/04/14 [17:58]

두샘의 선유도 여행기 4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정흥교 | 입력 : 2021/04/14 [17:58]

 


발걸음을 되돌려 군산 <이성당> 빵집을 찾아갔다. 1920년에 문을 연 빵집인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단다. 인기 있는 야채빵과 앙금단팟빵이 대표적인 빵인데 택배로 주문이 가능하단다. 이 빵을 사려면 평소 30분은 대기하여야 한다. 우리는 1015분쯤 입장했으니 QR코드만 찍고 바로 입장했다. 물론 이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몰려들었다. 빵 빛깔 자체가 침샘을 자극하는 매력을 가진 것 같다

 

 침샘을 자극하는 군산 이성당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이후 일본인 기술자들이 한국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빵의 시대가 비로소 열리기 시작했단다. 6·25 이후 미국 원조 물자로 밀가루가 지원되면서 빵이 빠르게 대중화가 되었다. 1970년대 정부가 분식을 장려하여 빵을 간식으로 먹는 시대에서 주식으로 먹는 시대가 열렸다. 아니, 이제는 밥을 우리 식탁의 주식(主食) 자리에서 몰아낼 정도로 위협적 존재가 되었다

 

 군산 이성당 빵집


이성당 빵집에서 공영주차장으로 오다가 군산 내항 근처 장미동에 있는 구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을 찾아갔다. 18은행은 나가사키가 무역항의 기능을 잃자 1878년 국립 제18은행으로 변하여 무역과 상업을 통한 식민지 금융 지배를 목적으로 조선에 진출했다. 조선에서는 1890년 인천에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전국에 지점을 9곳에 개설하였는데, 군산은 1907년 조선에서 7번째 지점이 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1911년에 지어졌다

 

 18은행 군산지점 안내 액자

 

 군산 근대미술관 표지판


18은행 군산지점은 현재 군산 근대미술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구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이 있던 곳이 이제는 미술관으로 바뀌어 <박종대> 조각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주제는 영원한 율동의 근원으로 양쪽 두 손 또는 두 가슴, 셋이 아닌 두 개의 태극 등 둘이 아닌 하나의 의미를 담았단다. 이번 전시는 박종대 조각가 유족이 군산시에 기증한 작품 109점 가운데 석조, 브론즈 등 24점이 공개됐단다.

  

 박종대 조각 특별전

 

 구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1층 금고 옆에는 안중근 의사 여순감옥 전시관도 있다.

 

 안중근 의사 전시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쓴 편지>


근대역사박물관은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신조로 과거 해상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을 조명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2011930일 개관했다. 3층 기획전시실에 <이웃사촌 화교를 만나다>도 둘러보았다.

 

군산에는 일본이 지은 세관과 은행 등 근대 건축물 10여개와 적산가옥 약 170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적산(敵産·적국의 재산)이란 말에 스며있듯 일제강점기, 그러니까 근대라는 시간은 우리가 편하게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다.

 

 중국도 우리를 이웃사촌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군산 짬뽕의 역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영국 윈스턴 처칠이 말했다는 유명한 구절이 떠 오른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박물관을 열고 찾아오는 인연들에게 던지는 씨앗같다.

 

주차장에 가서 차를 몰고 골목길을 누비며 <초원사진관>을 찾아갔다. 옛 철길에서 옛날 교복을 입고 인생샷을 생각하고 갔는데 우리의 상상과 맞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도 가까워 발걸음도 무겁고 사진관 안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붐벼 사진 한 장 없이 그냥 밖으로 나왔다.

 

 초원사진관(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사진관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중요 촬영지였다. 영화 제작진은 세트 촬영을 하지 않으려고 전국 사진관을 물색하다가 마땅한 장소인 차고를 발견하고 주인의 허락을 받아 개조했단다. '초원사진관'이란 이름은 주연 배우인 한석규가 어릴 적 살던 동네 사진관의 이름이라고 한다. 촬영이 끝난 뒤 초원사진관은 주인과의 약속대로 철거했는데, 이곳을 찾는 관광객으로 군산시가 다시 복원해 군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개방을 하고 있단다. (Daum 백과 요약

 

 벽화


12시가 가까워진다. 점심으로 황해회집의 점심특선으로 보리굴비를 주문했다. 군산은 기억의 도시, 역사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전라도 전체가 맛의 도시다. 반찬까지 싹싹 비우는 모습을 보며 넉넉한 체구의 주인장은 더 필요한 것을 묻는다. 이만하면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황해회집에서 점심특선 보리굴비


군산 선유도 12일 여행은 그런대로 알찬 여행이었으나 무엇보다 선유도유람선 관광이 운행하지 않아 아쉬웠고, 교복을 입고 시간 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 또한 아쉽다. 물론 후자는 늦게 돌아오면 가능했지만, 누님이 약속이 있어 일찍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고군산군도는 섬이 다리로 연결된 곳도 많지만, 아직도 많은 섬들은 배를 타고 가야 하기에 제대로 보려면 여유 있는 시간과 많은 경비가 필요하리라.

 

군산에서 잠시 머물며 일제강점기인 1세기 전까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조상들이 겪어온 세월을 만나봤다. 군산은 식민지라는 불편한 역사를 시간을 건너 군산에 빠지다란 슬로건으로 관광에 활용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일본이 지은 세관과 은행 등 근대 건축물 10여개와 적산가옥 약 170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니 다음에 군산에 다시 올 이유가 생긴 것 같다.

 

여행기를 쓰면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TV2번 보았다. 19981월 개봉된 영화인데 201311월에 재개봉했다. 아래 명대사는 음미할수록 화두가 확 풀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명대사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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