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화 이슈분석] 위기를 기회로

정흥교 기자 | 기사입력 2014/07/25 [17:37]

[쌀 개방화 이슈분석] 위기를 기회로

정흥교 기자 | 입력 : 2014/07/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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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쌀 고품질화 10년 자신감 회복

일본 고품질쌀 원전사고 이후 수출 주춤

미국 칼로스 유통기한 길고 소비자만족 어려워

중국 쌀 수출보다는 공산품 수출에 주력

 

경기리포트 전경만국장

 

수원인터넷뉴스20년간 미루어 왔던 쌀 개방화가 현실화 되면서 정부는 수입되는 쌀에 400~500% 정도의 관세부과를 고려하고 있다. 그만큼 쌀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난 20년간 쌀에 대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를 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이 수입된다고 해도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수입되는 쌀의 경쟁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한국 쌀시장을 노트하고 있는 국가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포니카계열의 쌀로는 칼로스가 있다.

 

칼로스는 지난 1990년대 일부 몰지각한 부유층들이 미국 쌀이 우리의 것보다 좋은 쌀이라며 미군부대를 통해 사먹기도 했던 종류다. 한국의 쌀보다 밥알이 굵은 칼로스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대에서 대량생산된 쌀이다. 칼로스는 미국 내에서 자포니카 계열의 쌀을 먹는 한국인과 일본인들을 상대로 재배되어 왔던 것이지 수출을 염두에 둔 쌀은 아니다.

 

그러나 영농의 규모화와 기계화를 앞세운 미국답게 칼로스는 대량생산 됐으며 1990년대 말부터 수출의 활로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칼로스의 수출은 단편적일 수밖에 없었다. 자포니카계열의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의 일부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이전부터 고품질 위주의 쌀을 재배해왔다. 일본쌀은 미국산 칼로스와의 품질 경쟁에서 늘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극빈자를 제외한 일본인들의 칼로스 소비는 미미한 편에 속했으며, 일본의 자영업자들도 품질이 떨어지는 칼로스의 사용을 꺼려해 왔었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일본과는 조금 다르다. 한국의 쌀이 고품질화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벼에서 쌀을 가공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시설현대화가 지방정부의 주도아래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이를 기반으로 완전미를 생산하자는 구호가 들어선 지는 불과 몇 해 전이다. 일본보다 1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쌀의 고품질화는 최근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기는 했다.

 

쌀의 단백질 함량이 6.5g 이하 이어야 하고, 깨진 쌀이나 금간 쌀 같은 것이 거의 없어 동그란 형태의 알곡이 90% 이상 되어야 완전미 합격을 받는 쌀들은 주로 농협의 브랜드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화성시의 햇살드리와 평택시의 슈퍼오닝같은 브랜드 쌀들이 한국쌀의 고품질화 정책으로 태어난 대표적인 완전미 쌀에 속한다. 경기도 이외에는 전북의 옥토진미도 대중성 있는 고품질 쌀에 속한다.

 

한국 쌀의 고품질화가 단기간 내에 가능했던 것은 삼박자가 잘 맞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우선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좋은 쌀의 원재료가 되는 고품질 벼를 꾸준히 개발해 보급해왔다. 또한 농진청은 지난 2006년 한국에서 최초로 완전미라는 개념을 보급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탑라이스라는 쌀을 생산했다.

 

한국 최초의 대중적 고급쌀이라고 할 수 있는 탑라이스는 완전미비율 95%와 단백질함량 6.5g 이하를 충족시켰다. 이후 쌀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협에서는 이런 기준을 통과하기위해 수년간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지금은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쌀의 85% 이상이 고품질 쌀에 속한다.

 

미국산 칼로스가 장장 8개월에 걸쳐 태평양을 지나 한국에 도착하려면 쌀이 가지고 있는 수분의 증발은 당연한 것이 된다. 이 쌀이 시중에 시판된다고 하면 극히 일부의 극빈가정을 제외하고 칼로스를 소비하겠다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나 동일가격이라면 절대 칼로스를 사먹지 않게 되겠지만 가격경쟁력에서 칼로스가 워낙 저가이기 때문에 현재도 일부 시판되고 있으며, 일부 대중음식점에서는 한국산과 칼로스를 섞어서 밥살로 사용하고 있다.

 

2014년 현재 칼로스의 20kg당 가격은 약 29,000원대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의 고품질 쌀은 20kg6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단 현재 팔리고 있는 칼로스는 의무수입으로 들여온 쌀이다. 정부가 사들여 온 것이기 때문에 개방화가 되면 이보다 가격이 뛸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쌀의 한국시장 진출도 우려가 되지만 중국쌀의 한국시장 진출은 아직 여유가 있다. 그러나 충분한 대비는 해 두어야 한다. 중국에서 의무수입으로 들어오는 쌀은 거의 없는 편이다. 중국내 쌀 자급률이 좋지 않은데다 자포니카보다 인디카계열의 쌀 소비가 많은 중국에서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는 자포니카계열의 쌀을 생산하기 위해 물을 대량 소비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한참 중공업과 경공업이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역사적으로 늘 물족에 시달려왔다. 큰 강가를 중심으로는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물이 부족해 마시는 문화가 일찍 발전한 중국인들이 대량의 물을 사용해 쌀을 재배하고 수출까지 하기는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완전미를 생산하기 위한 첨단미곡종합시럴을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급히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5~6년 이상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지금의 미곡종합처리장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만들어지는 추세이다.

 

중국으로서는 쌀을 수출해 얻는 이익보다는 아직은 공산품 수출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중국산 농산물의 가치는 늘 위협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시장 동향조사가 병행되어야 한다.

 

2008년 이후 한때 중국산 찐쌀이 국내에 유통된 적이 있다. 중국산 찐쌀은 쌀을 한번 쪄서 식품으로 유통됐기 때문에 관세와는 무관하게 법망을 피해 유통되어 일부 밥쌀로도 사용이 됐다. 그러나 중국산 찐쌀의 소독과정에서 락스성분 같은 것들이 함유되어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중국산 찐쌀은 자취를 감추었던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예를 들어 향이 진한 1,000원대의 김밥 같은 경우, 밥알을 잘 살펴보면 밥알의 잘린 단면이 으깨어져 금이 간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쌀을 쪄서 말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찐쌀 특유의 성질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찰하면 있다면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중국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02년 이후 대만의 쌀시장을 거의 잠식한 일본의 고품질 쌀 수출은 최근 시름에 잠겨있다. 지난 2011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일본쌀의 신뢰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면서 대만사람들이 안전한 먹거리에 속하는 한국의 고품질 쌀에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다.

 

쌀 개방화가 되면 사실상 품질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미국산 칼로스나, 중국산 찐쌀 보다 일본산 고품질 쌀의 수입이 우려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산보다 찰진 일본쌀의 경우 생선초밥의 주재료로 사용되면서 한 참 주가가 올라가는 중에 원전사고가 발생해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쌀에 속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호텔의 외식업체에서는 일본 고품질 쌀을 이용해 생산초밥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현실들을 감안해 본다면 한국의 고품질 쌀은 일본이 원전사고로 고전하고 있는 틈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한해 약 500만 톤의 쌀을 생산하는 한국에서 수입으로 인해 남는 쌀만큼의 수출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저가 쌀의 수입을 막을 수가 없다면 거꾸로 고가 쌀의 수출을 생각해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 일본의 원전사고로인한 농산물 위기가 우리 농가에게는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구의 약 40%는 여전히 자포니카 쌀을 먹으며, 대만 또한 자포니카 쌀을 소비한다. 이들중 고급쌀을 소비하는 시장은 우리 농가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현재는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쌀의 재배와 가공 면에서 우리의 농사기술은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또한 쌀 수입문제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고 이제는 어떻게 고품질 한국쌀을 수출할 것인가를 더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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