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같은 가슴의 단풍나무가 된다

[여행] 우장마을에서 시작하는 금오산(金烏山)

수원인터넷뉴스 | 기사입력 2018/10/04 [13:21]

별과 같은 가슴의 단풍나무가 된다

[여행] 우장마을에서 시작하는 금오산(金烏山)

수원인터넷뉴스 | 입력 : 2018/10/04 [13:21]

가을산은 언제나 걸작이다. 그리고 누구든지 반겨 주고 안아 준다. 우장마을에서 시작하는 금오산 등산은 별과 같은 가슴의 단풍나무가 된다.

 

 

 

 

태양 속에 산다는 전설의 새인 삼족오가 노을 속으로 금빛 날개를 펼치며 나는 모습과 닮은 금오산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구미가 아닌 김천 우장마을에서 시작해서 서봉과 제1전망대, 2전망대를 거쳐 부상리 마을로 내려오는 등산로가 좋다.

 

우장마을에서 금오산 초입에 들어서면서 이곳이 참나무가 많은 군락지임을 알 수 있었다. 지천에 떨어진 도토리들이 경쟁을 하듯 반들거리며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글동글한 모양, 길쭉한 모양, 영락없이 총알처럼 생긴 도토리까지...

 

 

 

 

이번 겨울에 다람쥐의 식량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바람이 불자 후두둑하며 잘 익은 도토리들이 새로운 생명을 싹 틔울 자리로 여행을 한다. 열심히 굴러 가 보지만 그리 멀리 가지는 못한다.

 

도토리를 뒤로 하고 산행에 몰입한다. 이번 여름에 물이 넘친 계곡도 건너고 통나무로 만든 계단도 오르고, 숲길도 지나고 힘들다 싶을 때쯤이면 벤치를 한 두 개씩 설치해 산행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김천시에서 등산로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금오산 능선에 가까워지면서 제대로 산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오르막도 가파르고, 바위들이 가로막아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기도 하며, 오래 전부터 자리 잡은 낙엽들이 더 힘들게 한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길을 지나기도 하며 돌무더기도 지나고, 이 때쯤이면 숨이 목까지 차올라 말이 없어진다. 고요한 세상. 썍쌕거리는 나의 숨소리와 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소리, 발끝에 느껴지는 땅의 기운만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이 고요의 시간을 지나야 정상의 활기찬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힘든 길을 갈 때에는 정신을 분산시킬 수 없다.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하고 오직 이 순간에만 모든 것을 쏟는다. 내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인생을 살면서 가끔 힘든 일이 닥쳐 올 때 그것이 오르막이라 생각하고 온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러면 반드시 정상이 있고, 내리막을 걸을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산을 타는 사람들의 선한 거짓말이 조금만 더 가면 정상입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라는 말이다. 뻔한 거짓말을 할 줄 알면서도 사람을 만나면 인사치레로 또 물어 보고 그 말에 힘을 내게 된다. 그것은 그들은 정상을 가 보았기 때문에 그곳에 정상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믿음으로. 삶을 살면서 먼저 간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어느새 서봉에 올랐다. 이곳까지 우장마을에서 2.6km쯤 된다. 주변을 둘러보니 돌로 성벽처럼 쌓은 산성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바로 금오산성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안마을이다.

 

이 높은 곳까지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짓고 살았던 옛사람들의 숨결이 느껴 진다. 세월이 흘러 전설처럼 남아 있는 이야기를 품은 산 정상은 이미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연분홍색으로 물든 나뭇잎은 수줍은 새색시처럼 다소곳하다. 자신을 비춰 주는 햇살에 눈이 부셔 붉게 익어 가는 것이 아닌가!

 

 

 

 

1전망대를 가기 위해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산길이 신기한 것이 위쪽을 가려면 계속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분명 목적지는 정상인데 지금은 또 내려간다. 그러다 다시 올라가고, 평평한 길도 걷고. 이것이 산행의 묘미인 듯하다.

 

절벽이 보이고 커다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는 경이롭기 까지 하다. 전망대를 가기 전 낭떠러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바위를 보았다. 그곳에 앉으면 저절로 신선이 될 것 같은 경치가 발아래 펼쳐진다.

 

 

 

 

전망대에 오르니 동서남북이 훤히 보인다. 내가 있는 곳보다 좀 더 놓은 금오산 정상이 동쪽으로 보이고, 산 아래 마을에는 벼가 익어 가고 있으며, 오봉저수지도 보이고, 김천혁신도시도 보인다. 저 멀리로는 굽이굽이 산들이 겹겹이 펼쳐 져 있다.

 

역시 확 트인 풍경에 가슴도 트이고 머리도 맑아진다. 올라오며 힘들었던 기억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이런 자유를 오래 누리고 싶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찬바람이 땀을 흘린 옷 속으로 스며들며 춥다는 생각이 든다. 산속의 기온이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

 

 

 

 

내려가는 부상리 마을 등산로는 빨갛고 노란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으며 유혹의 준비를 끝낸 것 같다. 길옆으로의 아름다운 풍경이 어쩌면 나는 힘들었던 산행의 기억보다 아름답고 찬란했던 모습들을 더 기억할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이 선물하는 천연의 색을 찾아 다시 한 번 금오산을 오를 것이다.

 

산행안내 : 중부내륙고속도로 남김천IC에서 내려 오봉저수지방향으로 해서 경상북도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길 초입에 있는 우장마을에서 주차를 하면 우장마을에서 금오산 산행 표지판이 나온다. 산행 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에디터 : 안은미 & 김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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